[일요경제 민다예 기자] 지난 주말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가 장애를 초래하면서 소통의 불편을 넘어 경제·사회 활동마저 마비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번 카카오 서비스 먹통 사태는 개인은 물론 기업과 정부까지, 우리가 하나의 플랫폼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었는지 '카카오 공화국'의 민낯을 보여준 셈이다.

2010년 스마트폰 메신저 서비스로 시작한 카카오는 카카오톡이 ‘국민 메신저’로 성장하자 포털 서비스 다음을 인수하고 단기간 몸집을 불리면서 각종 서비스를 빠르게 확장해왔다. 현재 카카오는 카카오페이,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뱅크,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같은 주요 자회사를 비롯해 총 134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하지만 독점적 환경에 기반해 계열사를 빠르게 늘리며 급성장한 덩치에 비하면 그에 준하는 책임은 방기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카카오는 무료 서비스로 시작해 시장을 장악한 후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수익을 내는 과정을 반복했다. 모바일 라이프를 접수한 카카오가 생활서비스 곳곳에 스며들면서 골목 상권까지 장악하자 ‘골목 대장’ ‘내수용 기업’이란 비판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막강한 독점적 지위를 바탕으로 시장을 장악하고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주요 계열사를 ‘쪼개기 상장’한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카카오는 사내 스타트업처럼 신규 사업을 분사시켜 육성한 뒤, 추후 상장시키는 계열사 육성 정책을 고수해왔다.

이런 가운데 지난 15일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먹통 사태’로 카카오는 또다시 신뢰를 잃었다. 이번 사태로 카카오라는 기업 자체의 신뢰가 받은 타격은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인프라 투자도, 비상시 조치도 미흡했던 이번 사례는 데이터를 보호하고 보안을 유지해 서비스 안정성을 보장해야 하는 IT업계에선 이례적인 일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원화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됐다면 사태가 이렇게 장기화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카카오의 재해시 복구 계획(DR·Disaster Recovery)은 이번 화재를 계기로 '무용지물'이었음이 드러났다.

카카오의 지난 5년간 연평균 매출액 성장률은 32.8%에 달했다. 영업이익 성장률도 37.7%로 높은 편이었다. 하지만 급격한 성장에 맞는 내실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카카오 안팎에선 이번 데이터센터 화재 피해가 이토록 장기화 된 것에 대해서도 '자업자득'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투자를 해야 할 곳에 제대로 투자하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운영 돼 그간 눈에 띄지 않았던 '구멍'들이 이번에 한꺼번에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카카오는 사회적 영향력과 기업의 규모에 걸맞은 책임은 다하고 있는지 고민해야 할 때다. 사회적 구성원에게 주는 파급력이 큰 만큼 이제라도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데이터센터 같은 기본이자 핵심 시설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이다.

카카오가 이제는 단순히 메신저를 넘어 전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서비스로 성장한 만큼 신뢰 회복을 위해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일 때다.

저작권자 © 일요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