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일요경제=하수은 기자] 국내 주식부호 2위인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의 장녀인 서민정(25) 씨가 아모레퍼시픽에 사원으로 입사한다는 소식이 29일 사원 게시판을 통해 전해졌다. 인사발령은 내년 1월 1일자로 이뤄질 예정이며, 경기 오산 아모레퍼시픽 뷰티사업장 생산 부문에서 근무를 시작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 씨는 최근까지 글로벌 경영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Bain&Company)에서 근무했다.

현재 아모레퍼시픽 대주주에 이름을 올린 서 씨는 미국 코넬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재원으로 아버지 서 회장의 뒤를 이어 아모레퍼시픽그룹 3세 경영인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서 씨가 ‘포스트 서경배’ 임을 암시하는 정황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특히 지난 16일 보유하고 있던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하면서 서 씨가 서경배 회장(53.9%)의 뒤를 이어 2대주주(2.93%)를 확보하면서 유력한 그룹 후계자로 점쳐지고 있다는 게 아모레퍼시픽 안팎의 시각이다. 보통주는 우선주와 달리 의결권이 있는 주식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아모레퍼시픽그룹 국내 계열사들 중 이른바 ‘서민정 계열사’가 눈에 뛴다. 서 씨가 서 회장으로부터 지분을 증여받은 이니스프리와 에뛰드의 경우 높은 매출을 자랑하는 곳이다. 이 중 이니스프리는 증여가 이뤄진 2012년을 기점으로 매출이 급등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니스프리의 실적추이를 보면 2012년 2294억원에서 2015년 5921억원으로 비약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에 서 씨는 지난해 147억원의 현금 배당을 받았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향후 승계가 현실화할 경우 증여세를 위한 현금마련 창구로 활용될 가능성을 배제 할 수 없다고 관측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오너 일가 자제들의 경영 능력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을 물려주는 경우 적지 않은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3세들에게 뭔가를 물려주려고 회사를 만들어서 일감을 몰아주는 등의 비도덕적인 사례가 많다. 이렇다 보니 경영자 수업을 통해 능력을 자체적으로 검증하는 시스템이 결여되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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