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올림, 삼성반도체 공장 노동자 백혈병 사망사건부터 구제해야
서스틴베스트, 삼성SDS·삼성에버랜드 등 일감몰아주기 부적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을 다루는 임시주주총회가 바로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반올림은 반도체 노동자 백혈병 사망사건에 대한 해결을 선제조건으로 국민연금에 반대 의견을 행사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는 삼성SDS 등의 일감몰아주기를 부적격 사유로 꼽아 파장이 일고 있다.

[일요경제, 손정호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와 갤럭시 노트7 단종으로 인한 삼성전자 ‘어닝 쇼크’로 위기에 빠진 이재용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이 순탄치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오는 27일 열리는 삼성전자의 임시주주총회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안과 프린팅솔류션 사업부의 HP 매각 승인안이 상정된다. 이 부회장이 이날 등기이사로 선임되면 삼성전자 이사회의 일환으로 공개적으로 경영에 참여하며 법적 책임도 지게 된다.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등기이사 선임은 삼성그룹의 3세대 경영승계의 분기점으로, 이후 삼성그룹은 삼성물산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 기업공개(IPO)와 삼성중공업 유상증자 등 사업재편을 진행할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내년 상반기 삼성전자의 인적분할과 지주사 전환을 예상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에 대해 국민연금은 지난 20일 투자위원회를 통해 찬성하기로 결정했으며, 해외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국내 의결권 자문기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찬성 권고 의견을 낸 상태다.

삼성그룹이 6개 계열사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인 최순실 씨가 개입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204억 원을 기부하고,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의 승마활동을 지원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점과 갤럭시 노트7 단종으로 삼성전자가 3조8000억 원에 달하는 손실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점은 암초로 꼽히고 있다.

삼성전자 3차 하청업체 노동자 7명의 실명사건이 하청노동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 반도체 노동자의 백혈병 사망사건을 다루는 반올림이 국민연금에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에 반대할 것을 요구하고,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가 일감몰아주기 등을 이유로 부적격 의견을 내 큰 파장이 예상된다.

◇ 반올림, 이재용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에 반대하는 이유는

25일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이하 반올림)은 삼성전자 지분 8.69%를 보유한 국민연금과 ISS에 공개서한을 보내 이재용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에 대한 찬성 의견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반올림은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반대 이유로 △불법·편법으로 3대 세습 완성 △삼성반도체·LCD 공장 직업병 문제 외면 △무노조경영 등 반노동정책과 노동인권 침해 외면 △7조원 이상 손해 본 갤럭시 노트7 사태 책임 등을 꼽았다.
 
반올림은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을 1996년 삼성그룹 계열사의 전환사채 헐값 구매로 시작해 20년 동안 이어진 불법 경영세습을 완성하는 것이라며, 2007년 삼성반도체 노동자 고 황유미 씨(23세)의 백혈병 사망 후 지금까지 삼성반도체와 LCD 공장에서 백혈병, 뇌종양 등 직업병 피해제보 224명, 이중 76명이 사망했다고 강조했다.
 
반올림은 “피해노동자들은 수많은 화학물질을 취급하면서 안전교육 한번 제대로 받아본 적 없다”며 “삼성전자는 작업환경 자료들을 은폐해 산재보상조차 받지 못하게 했고, 최근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듯 안전진단보고서에 기재된 안전보호구 미지급현황, 재해발생현황 등도 영업비밀이라며 공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삼성전자가 사회적 대화 약속을 파기한 채 일방적 보상절차를 강행하고, 지난 1월 이 문제가 다 해결된 것처럼 언론플레이를 해 피해자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올림은 “삼성전자는 지난 두 세대에 걸쳐 무노조 정책을 고수하며 노조결성을 방해하기 위한 신체적 괴롭힘과 도청, 해고 등 불법행위를 했다”며 “국제노총(ITUC)은 최근 삼성이 ‘기술은 현대적인데 노동조건은 중세적’이라고 비판했으며,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의 노동인권 문제에 대해 한 번도 개선을 약속한 바 없다”고 설명했다. 

반올림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국민의 혈세로 526조원의 거대기금을 조성했지만 공공성 원칙을 지켰는지 의문”이라며 “삼성반도체 직업병 문제에 대해 네덜란드연기금(APG)는 삼성전자에 구체적 해명을 요구하고 자체 조사도 했지만, 국민연금은 한 번도 삼성전자에 해명을 요구하거나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연금이 삼성전자 주주로서 이재용 부회장에게 삼성전자 직업병 문제 해결과 노동자 권리와 인권을 적극적으로 존중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먼저 하라고 요구해야 한다”며 “최소한의 노력도 없이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 등기임원이 되려 한다면 반대한다”고 전했다. 

◇ 서스틴베스트, 삼성SDS 등 일감몰아주기...주주가치 훼손 ‘부적격’

24일 서스틴베스트가 주목한 결격 사유는 삼성SDS와 삼성에버랜드(현 삼성물산)에 대한 그룹 계열사들의 일감 몰아주기다. 이재용 부회장이 일감 몰아주기 수혜자라 삼성전자 사내이사로 부적합하다는 주장이다. 

서스틴베스트에 의하면, 이재용 부회장이 과거 부당 주식거래를 통해 지분을 얻은 삼성SDS는 SI를 주사업으로 하며, 작년 기준 계열사 등 특수관계자와의 거래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5% 이상에 달한다. 비슷한 업종의 SK C&C(현 SK)와 LG CNS의 특수관계자 매출 비중(40.92%, 48.52%)을 크게 상회했다. 

삼성SDS는 특수관계자 거래를 기반으로 2000년 1조2000억 원이던 매출이 작년 7조9000억 원으로 늘었으며, 삼성SDS의 삼성전자 매출 의존도는 과거 10년 평균 약 35%다.

삼성에버랜드의 경우 삼성물산과 합병 전 급식사업과 건물관리 공사 등 매출을 통해 성장했으며, 계열사에 대한 매출이 45%를 초과하고 있다. 삼성에버랜드 역시 삼성전자가 주요 매출처다.

서스틴베스트 측은 삼성SDS와 삼성에버랜드 모두 지배주주 일가 지분율이 계열사 중 가장 높고, 특수관계자 매출 비중이 매우 높아 지배주주가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전형적인 일감몰아주기 수혜를 입은 회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서스틴베스트 관계자는 “일감몰아주기는 수혜를 주는 기업에 투자한 주주들의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로 이와 관련된 자는 자사 가이드라인상 이사 선임 결격 사유에 해당한다”며 “삼성SDS의 삼성전자향 매출 의존도가 과거 10년 평균 약 35%라 삼성전자 주주들의 가치를 훼손했을 가능성이 높아 이재용 후보의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를 권고한다”고 말했다.

또한 서스틴베스트는 이재용 부회장이 1999년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 발행 사건의 수혜자로 지목된 점도 지적했다. 

삼성에버랜드가 주주배정 방식으로 발행한 전환사채 발행가격은 7700원이었는데, 당시 삼성에버랜드가 상속세와 증여세법에 따라 평가한 1주당 가치는 10만364원, 특별검사제 과정에서 평가한 가치는 22만3659원에 달해 지분 편법승계를 위해 지나치게 헐값으로 발행했다는 논란이 있었다. 

서스틴베스트 측은 이후 전환사채 인수 권리를 가진 제일모직 등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인수를 포기해 이재용 부회장 등 이건희 회장 자녀들이 해당 전환사채를 인수하게 됐으며, 그 결과 이재용 부회장은 당시 삼성그룹 지배 계열사였던 삼성에버랜드 지배권을 낮은 비용으로 획득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1999년 삼성SDS는 행사가격을 7150원으로 하는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했고, 삼성증권과 SK증권을 거쳐 이재용 부회장 등에게 매각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공정위는 상속세와 증여세법상 비상장주식 평가 방법을 이용해 주식가치를 1만4536원으로 평가하고 이를 부당한 지원행위로 판단해 삼성SDS에 과징금 15억 원을 부과했고, 국세청은 2001년 적정 행사가격을 5만5000원으로 보고 이재용 부회장 등에게 증여세 570억 원을 부과했다고 전했다. 

한편 서스틴베스트는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 발행과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저가 발행 사건은 17년 전 사건으로 자사 가이드라인상 반대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서스틴베스트는 10년 내 부당사건에 대해서만 반대를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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