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규찬 “승마협회서 오래 고착된 재벌-정부 주고받기 시스템, 게이트서 구현”
조돈문 “최순실 게이트서 재벌은 피해자 아니라 공범, 그 중심에 삼성 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주최로 프레스센터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진행된 '박근혜, 최순실, 이제는 삼성이다' 토론회 모습. 이날 토론회에서는 삼성 등 재벌은 최순실 게이트의 피해자가 아니라 공범이며, 정권과 재벌의 거래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요경제 = 손정호 기자] 최순실 게이트에서 삼성그룹 등 재벌은 피해자가 아니라 깊게 연관된 공범이며, 승마협회라는 매개체를 통해 최순실 씨가 박근혜 대통령을 도우면 박 대통령이 재벌을 돕고 재벌이 최순실 씨를 돕는 구조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재벌이 최순실 씨와 정부에게 돈을 뜯긴 게 아니라, 오래된 정경유착의 커넥션이 지금도 작동되고 있다는 것. 

11일 오전 10시 서울시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8층 전국언론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언론개혁시민연대 주최로 진행된 ‘박근혜, 최순실, 이제는 삼성이다’ 토론회에서 논의된 내용들이다.  

조돈문 삼성노동인권지킴이 대표(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는 인사말을 통해 “최순실 게이트에서 재벌은 피해자가 아니라 공범이고 그 중심에 삼성이 있다”며 “최순실 게이트를 보면 삼성이 우리 사회를 어떻게 지배하는지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삼성그룹은 삼성SDS와 에버랜드의 불법적 전환사채 발행으로 이재용 체제로의 전환을 준비해왔다”며 “그 출범 자체에 정당성이 없으며, 최순실 게이트에서 그 단초를 발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은 공범이고, 최순실 씨 이하는 종범이라는 주장이다. 조 대표는 언론이 최순실 게이트와 삼성의 연관성에 대해 취재하고 검찰이 수사를 통해 밝혀내야 하는 앞으로 할 숙제라고 전했다. 

전규찬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한국예술종합학교 방송영상과 교수)는 발제를 통해 “이제는 최순실이라는 박 대통령의 비선 실세가 아니라 돈이 화두”라며 “전경련이 돈을 뺏겼다고 했을 때 아무도 믿지 않았는데, 전경련은 돈을 빼앗기는 단체가 아니라 뺏는 단체”라고 말했다.

전 대표는 “삼성 등 재벌과 전경련이 어떻게 승마협회라는 단체를 통해 엮였는지 알아야 한다”며 “삼성은 1990년대부터 승마협회를 지원했고, 이재용 부회장은 승마 대표선수 생활을 했는데 한국 대표들은 재벌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1995년부터 승마협회를 떠안고 있던 삼성은 슬그머니 승마협회의 손을 놓는다”며 “승마협회장은 2010년 6월 한화생명(구 대한생명) 신은철 대표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에 의하면, 현 정권 출범 후에 삼성이 다시 승마협회장을 차지하는데, 전 대표는 삼성이 승마협회를 한화에 넘긴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신은철 대표가 한화생명 사장이지만 삼성생명 출신이어서 더블플레이를 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는 것.

그는 “한화는 승마협회를 통해 최순실 씨와 엮여 대통령과 같이 갈 수 있었고 승승장구했다”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인 김동선 씨는 2014 아시안게임 승마 단체전에서 최순실 씨의 딸인 정유라 씨와 함께 금메달을 땄고, 바로 그때 박 대통령의 비선실세인 정윤회 문건 의혹이 터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4년 말 삼성이 승마협회장 자리를 다시 차지하고 삼성전자의 박상진 대외협력사장이 전면에 나서며, 여러 삼성전자 맨들이 승마협회 부회장과 부장 등으로 자리한다”며 “승마협회에 10억 원을 내놓고 이재용 부회장이 승마협회를 지배하고, 204억원을 미르재단와 K스포츠재단에 기부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마사회를 장악하던 현명관 회장의 활동 내용도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현 회장은 정유라 씨 후원을 위해 마사회 감독을 독일로 파견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 매체 보도를 예로 들며 “현명관 회장은 2013년 12월 정권 출범 해에 등극하는데, 창조와 혁신이라는 포럼을 이끌었다”며 “창조와 혁신 포럼은 대한민국 최고의 멘토링 기관으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도 포함돼 있다. 이 사태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지만 어느 곳에서도 언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최순실 씨가 대통령에게 도움을 주고 대통령이 재벌에게 도움을 주면 재벌이 최순실 씨에게 도움을 주는 구조”라며 “승마협회에 오랫동안 고착된 재벌과 정부의 서로 주고받기 시스템이 이번 게이트에서도 구현됐다고 생각한다. 강탈당하거나 뜯긴 게 아니며 승마협회와 최순실 씨와 관련해 삼성과 한화가 무엇을 얻었는지 앞으로 반드시 짚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최순실 게이트는 정권과 재벌의 추악한 거래인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정권과 재벌의 추악한 거래가 맞다.” 이어 진행된 5명의 토론에서 제기된 문제의식 중 하나이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재벌들이 774억 원을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입금하는데 4대 재벌들이 60% 이상을 입금했다”며 “입금이 완료된 다음날 재단이 설립됐고, 재단이 설립된 날 박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경제활성화법과 노동개혁법 등 경제 관련 법안 처리를 특별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우 위원장은 “전경련이 민생구하기 입법촉구 국민운동본부 발족하는데, 박 대통령은 발족일인 1월 18일 판교역에서 가두서명을 한다”며 “전경련 상임의장이 예정에 없던 일정이었는데 판교역까지 나와서 박 대통령의 가두서명을 받는다. 재벌과 박근혜 정권의 노동개혁과 규제 완화를 위한 거래였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의 보건의료 핵심사업은 영리의료화로 추가 허용사업 예시에 연구개발 활성화가 있는데, 의료기기 등 구매와 의료기관 임대, 온천과 목욕탕, 체육시설 등을 영리 운영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현재 차움으로 많이 거론되는 차병원 법인 구조와 비슷한 것으로 최순실 씨와 박근혜 대통령에게 무엇을 주었는지 모르지만 차병원 맞춤 의료민영화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삼성은 차세대 유전자 치료와 줄기세포 치료 등을 추진하기 시작하는데, 그건 현재 박근혜 정부의 정책 추진 방향”이라며 “대우증권 보고서를 보면 삼성은 바이오시밀러에 큰 투자를 했는데, 삼성전자와 삼성SDS, 삼성서울병원 등이 수혜주였고, 이재용 부회장은 IT와 의약, 바이오 등이 결합된 헬스케어 사업의 성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종란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활동가는 “삼성전자는 35억원을 최순실 씨에게 보냈다고 하는데, 삼성전자의 반도체와 LCD 공장 노동자들의 직업병 문제는 삼성 보상위원회를 통해 은폐시키려고 했다”며 “정권 실세와 함께 이렇게 거대한 비리를 저지를지 몰랐기 때문에 매우 참담한 기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활동가는 “이재용 부회장이 의료 및 바이오 사업을 강화한다고 했는데, 세금 감면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며 “2013년 삼성은 정부의 R&D 세액공제 중 전체의 50%를 차지해 2008년 대비 2배 가량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R&D 세액공제는 삼성그룹의 11개 계열사로 확대되는데, 의료 및 바이오 산업도 포함된다.

그는 “삼성전자의 출입기자가 500명 정도인데 아무도 본사 앞에 마련된 반올림 농성장 취재를 하러 오지 않는다”며 “반올림이 보상을 가로막는다는 기사만 남발하고, 삼성의 시녀 언론이라는 언론개혁연대 논평도 있었다”고 언론의 변화를 주문했다.

김성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변호사)은 “박근혜 정부가 재벌들에게 팔아넘긴 게 박근혜 게이트의 본질로, 최순실 씨는 매개체에 불과하다”며 “김종인 의원을 얼굴 모델로 경제민주화 코스프레를 잘했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는 경제민주화 공약 18개 중 10개가 통째로 진행되지 않았다”며 “하지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의 경우 국민연금이 찬성할 때 의결권 전문위를 거쳐야 하는 사안인데도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민주화를 팔아먹고 재벌들의 소원을 풀어주는 박근혜 정부 중심에 삼성이 있었다”며 “매달 80만 유로가 지급됐다는 말도 나오고 있는데, 정유라 씨라는 특정개인으로 집중 지급됐기 때문에 이 행위 자체만으로도 배임죄가 성립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지시 없이는 쉽게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본다”며 “삼성이 이렇게 무리해서 지원에 나선 것은 경영권 승계 때문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주주들에게 불리한 일이어서 엘리엇과 해외 자문사들도 반대했는데 국민연금이 찬성해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연금의 당시 결정에 의문을 제기하며, “삼성이 최순실이라는 비선 실세에게 돈을 바친 걸 보면 삼성이 국가권력을 돈으로 샀다고 볼 수 있고, 국가권력을 삼성에 헌납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곽형수 금속노조 삼성서비스지회 부회장은 “삼성그룹은 2014년부터 모든 초점을 이재용 부회장의 3대 세습에 맞추고 움직이고 있는데, 모든 일들이 그렇게 진행되고 있다”며 “삼성그룹의 모든 계열사들이 이재용 부회장의 3대 세습에 몰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곽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대표적 제품인 스마트폰에 대해 ‘삼성 데스노트7’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많은 문제들이 터지고 있다”며 “그룹이 제품 혁신을 생각하지 않고 총수 일가의 지배력 강화와 3대 세습에만 몰두하고 있기 때문인데, 검찰이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총수일가가 현재의 금산분리법으로 삼성을 장악할 길이 없으니까 삼성생명을 금융지주사로 해서 금융계열을 지배하고, 삼성물산을 산업지주로 해서 산업 계열사를 지배하는 재편을 진행 중”이라며 “삼성전자는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로 결국 국민이 최대주주인 것이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빨리 이런 문제점들이 해결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강택 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KBS PD)은 “월터 리프만이라는 미국 언론인은 ‘언론이 보도를 한다면 어두운 밤에 탐조등을 비추는 것과 같다’는 표현을 썼다”며 “지금 언론의 보도를 보면 희화화된 부분이 있고 더 확장해서 넓게 조명해야 하는데 소비되도록 부추기고 있는 면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위원장은 “지속적으로 탐사보도가 이뤄져야 하는데, 이대로 흘러가면 특정 일부집단과 개인들의 일탈행위로 정리될 것 같다”며 “일탈은 표면적 증상에 불과하고, 우리 사회의 문제는 조명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대로 가서는 야당이 바라는 수준까지 타협되지 않을 것이며, 상당히 가파른 하강국면이 올 수도 있다”며 “더 나가서 이런 상태로 야당이 집권한다고 해도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제대로 해결할 수 있는 정권 교체가 될 것인가 자문할 수 있고, 삼성공화국이 또 배신하지 않게 하기 위해 성찰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연관들을 제대로 파헤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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