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최순실 씨 지인 회사 KD코퍼레이션 일감몰아줘 승계와 무관할까
정의선 부회장 지분 계열사, 현대글로비스 등 그룹 평균보다 배당성향 높아

지난 6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오전 회의를 지켜 본 후 국회에서 나가고 있다.

[일요경제 = 손정호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대주주인 현대엔지니어링의 그룹 내부거래 매출이 현대건설보다 6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그룹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128억원을 기부하고, 최순실 씨 지인의 회사인 KD코퍼레이션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은, 삼성그룹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거래한 것 아니냐는 의혹과 함께 검찰 수사를 받고 있어 현대차그룹의 경영권 승계 문제도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현대제철,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에서 849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종속기업과 관계기업 매출을 포함하면 총 928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증가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그룹 내부거래 매출은 2013년 1239억원에 불과했지만, 2014년 1조838억 원으로 크게 증가한 후 작년에는 1조3593억원을 기록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비중으로 살펴보면 올해 3분기 전체 매출(4조8981억원)의 20%, 작년 매출 7조3485억원의 18.5%, 2014년 매출 5조6891억원에 19%로 높은 수준이다. 2013년 매출 2조6235억원 대비 내부거래 비중 4.7%와 비교해 5배 정도 높아졌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의 제1 건설 계열사인 현대건설의 경우 올해 3분기 내부거래 매출이 2158억원으로 총매출(13조4385억원)의 1.6%에 불과하다. 작년의 경우 내부거래 매출 2535억원으로 총매출(19조1220억원)의 1.3% 수준이었다.

지금까지 현대엔지니어링 측은 내부거래 매출과 비중이 크게 증가한 이유에 대해 2014년 현대엠코를 합병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해왔지만, 현대엠코의 합병 때에도 정의선 부회장이 합병의 최대 수혜자라는 논란이 인 바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유일한 아들인 정의선 부회장의 경우 현대엔지니어링 주식을 다수 보유하고 있지만 현대건설에는 지분이 전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정의선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엠코를 합병하고 존속 법인인 현대엔지니어링에 그룹 계열사 일감을 몰아줘 경영권 승계 작업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시장에서 제기되고 있다.

올해 3분기 기준 현대엔지니어링의 주주 현황을 살펴보면 최대주주는 38.62%를 보유한 현대건설이지만, 개인 최대주주이자 2대 주주는 11.72% 지분을 소유한 정의선 부회장이다. 이어 현대글로비스(11.67%), 기아자동차(9.35%), 현대모비스(9.35%), 정몽구 회장(4.68%) 순이다.

그러나 현대건설의 최대주주는 20.95%를 보유한 현대자동차이고, 현대모비스(8.73%), 기아자동차(5.24%) 순이다.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건설 주식이 없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정의선 부회장의 현대차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한 핵심 계열사로 떠오른 가운데 최근 현대엔지니어링이 그룹 계열사 내부거래를 진행하며 하청 방식으로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지 않고 있다는 문제와 더불어, 경기도 춘천시 소재 오너스골프클럽의 운영사인 워너관광개발의 적자에도 지속적으로 자금을 수혈해 위장계열사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현대엔지니어링 측에 입장을 물었지만 답변을 해줄 만한 직원이 자리를 비워 연락을 줄 거라고 해 기다렸지만 연락이 없었다. 이후에도 수차례 전화통화를 했지만 입장을 받을 수 없었다.

◇ 정의선 부회장 지분 계열사, 현대글로비스 등 배당성향 높아

정의선 부회장의 지분이 높은 계열사의 배당성향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신증권 대신경제연구소가 지난달 23일 발간한 ‘30대 기업집단 지배구조 보고서 - 현대자동차그룹’을 살펴보면, 작년 기준 현대차그룹의 총 현금배당성향은 19.6%로 국내 30대 그룹의 평균(26.9%)보다 낮지만 정의선 부회장이 직접 지분을 보유한 현대글로비스와 이노션 등은 다른 계열사에 비해 배당성향이 높았다.

현대엔지니어링 외에 정의선 부회장의 지분은 현대자동차(2.28%), 현대글로비스(23.29%), 이노션(2.0%), 기아자동차(1.74%), 현대위아(1.95%), 현대오토에버(19.46%), 서림개발(100%) 등이다. 

이중 현대글로비스의 배당성향은 42.5%로 2014년 13.0%에서 3배 이상 크게 증가했으며, 이노션은 32.9%로 30대 그룹 평균치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신경제연구소 지배구조연구실은 “계열사 간 순환출자 고리로 연결된 현대모비스와 현대제철이 작년에 자기주식을 취득했고, 그룹 계열사 중 주력기업인 현대차와 기아차도 2년 연속 자기주식을 취득하고 있다”며 “자기주식 취득은 최근 경영권 승계과정에 있는 현대차그룹이 지주회사 설립 등 향후 지배구조 개편을 고려한 과정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룹 내 상장기업 계열사의 순환출자 고리를 살펴보면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현대모비스가 있는데,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이 없어서 향후 지배력 강화를 위해 주력 기업의 지분 확보와 관련된 지배구조 개편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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