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직후 화정아이파크아파트 붕괴사고 발생... 주택사업 벼랑 끝 몰려
이달 관양현대 이어 월계동신도 수주...기사회생 기회 얻어

유병규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사진-HDC현대산업개발)
유병규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사진-HDC현대산업개발)

[일요경제 이현주 기자] 유병규 HDC현대산업개발 대표는 취임 첫 해부터 광주 화정아이파크아파트 붕괴사고라는 대형 악재를 만나면서 시험대에 올랐다. 신뢰도 실추에 따른 아이파크 브랜드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은 물론 정비시장 퇴출 여론까지 일면서 유 대표가 그룹 최대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취임한 유 대표는 취임 첫 해부터 광주에서 신축 아파트 외벽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위기에 직면했다. 

붕괴사고는 지난 1월 11일 화정아이파크 201동 39층 타설 작업 중 23~38층이 무너지면서 발생했다. 이로 인해 창호·미장·소방설비 공사를 하던 하청 노동자 6명이 숨졌다.

이 건설현장과 관련한 주요 사항은 유 대표 선임 전에 이뤄졌지만, 유 대표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유 대표가 취임사에서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고 선언한 지 8일 만에 붕괴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유 대표는 지난 1월 3일 취임사에서 “무엇보다도 안전에 최우선의 가치를 두고 실질적 노력을 다해야 한다”며 “스마트 위험관리 프로그램을 도입해 위험요인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등 안전한 건설환경 구축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지난해 6월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동구 학동 철거건물 붕괴사고의 시공사도 HDC현대산업개발이었던 만큼 HDC현대산업개발은 신뢰도 실추에 따른 아이파크 브랜드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

아울러, 전국적으로 '아이파크 보이콧' 움직임마저 나타나면서 주택정비사업에서 벼랑 끝에 몰린 상태다. 

실제 HDC현대산업개발은 최근 북구 운암3단지 재건축 사업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북구 운암3단지 재건축 조합이 HDC현대산업개발을 시공에서 제외하고 아이파크 브랜드도 빼 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 사업장은 HDC현대산업개발·GS건설·한화건설 컨소시엄이 수주한 현장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시공 참여 제외에 따라 컨소시엄 주간사도 HDC현대산업개발에서 GS건설로 바뀐다.

또한, 최근 경기도 광명11 재개발 구역도 HDC현대산업개발의 시공참여와 '아이파크' 브랜드 사용을 제한하고 HDC현대산업개발은 추후 지분 참여로 인한 이익분만 배분해갈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HDC현대산업개발과 현대건설에 보냈다.

건설업 등록 말소 등의 강력한 징계도 언급되고 있다. 등록 말소 조치는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처벌로 사실상 건설업계 퇴출을 의미한다. 실제 말소 조치가 이뤄질 경우 수주중지, 도급 계약 해지에 따른 수주 잔고 감소, 분양 지연 및 취소에 따른 매출 감소는 불가피하다. 향후 채권 발행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원활하지 않으면 자체개발도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업계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이달 들어 경기 안양 '관양현대' 재건축에 이어 서울 노원 '월계동신' 재건축 시공권까지 따내면서 기사회생의 기회를 얻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월계동신' 재건축은 노원구 월계동 436번지 일대에 지하 4층~지상 최고 25층, 14개 동 규모 총 1070가구와 부대 복리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사업비는 2826억원 규모다.

'관양현대' 재건축은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 1396번지 일대 6만2557㎡에 지하 3층~지상 32층, 아파트 15개동(1305가구)과 부대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공사비는 4240억원 규모다.

주택시장 퇴출 움직임이 거셌던 HDC현대산업개발이 수주전에서 승리한 이유로 파격적인 조건이 꼽힌다.

실제 HDC현대산업개발은 월계동신 아파트 재건축조합에 대물변제 100%와 사업 촉진 비 4500억원 지원, 하자보수 기간 30년 연장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또한 △일반 분양가 일대 최고 수준 △조합원 분양가 인하 △물가상승, 난공 상황에서도 공사비 미인상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양현대 조합에는 △사업추진비 가구당 7000만원 △일반분양가 평당 4800만원 100% 보장 △안전결함 30년 보증 보장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한 2조원 조달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적자 수주를 감내하는 수준의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있는 것이 오히려 재무 건전성 악화 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로 악화한 실적 역시 이같은 우려에 무게를 싣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304억원으로 전년보다 43.6% 감소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3조3693억원, 당기순이익도 2058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8.2%, 6.5%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줄었다. 지난해 발생한 광주 화정 아이파크 목적물 손상으로 인한 손실이 2021년 시공범위에 포함되면서 영업 외 손실 비용이 반영됐다. HDC현대산업개발의 4분기 영업이익은 408억원으로 전년 동기 1684억원 대비 75.8%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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