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민주당 당대표 회의실서 ‘기술탈취와 기술편취 근절을 위한 토론회’ 개최

계약체결 전 단계 기술탈취 폐해 등 문제 진단 및 법·제도 개선 촉구

현대자동차의 기술탈취 피해사례 및 발표기술탈취·편취 유형 분석

[일요경제=신현석 기자] 중소기업연구원, 공정거래위원회, 특허청 등의 소속 전문가들과 변호사 및 교수들이 특허 기술이나 신기술을 대기업에 뺏기는 중소기업의 사례를 공유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법과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3일 오후 1시 30분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회의실에서 ‘기술탈취와 기술편취 근절을 위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날 토론회는 지난 4월 6일 정부가 발표한 ‘중소기업의 기술을 보호하기 위한 종합대책’의 진행 상황에 대해 점검하고 기술편취 및 기술탈취와 관련한 실제 피해사례를 공유하는 자리였다.

이를 통해 토론에 나선 각계 전문가들은 계약 체결 전 단계에서 대기업 등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고 제도의 미비를 악용해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 및 편취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법과 제도의 개선을 관련 기관에 당부했다.

김남근 변호사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는 정연덕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교 교수, 이동주 중소기업연구원 정책본부장, 박진기 서울산업진흥원 지식재산센터 수석, 성경제 공정거래위원회 제조하도급개선과 과장, 김주화 중소기업청 기술협력보호과 과장, 박성준 특허청 산업재산보호협력국장 등이 토론자로 참석해 토론을 이어갔다.

진행을 맡은 김남근 변호사는 “청년 사업가들이 성공하더라도 기술을 팔아서 성공의 디딤돌로 삼기 어렵고, 기술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중간에 뺏기다 보니 좌절하는 청년 사업가와 중소기업들이 많다”며 “미래 기술 발전과 창업에 있어 위기다. 그런 차원에서 국회에서 이런 것을 방치할 수 없어 이에 대한 근본 원인과 해결 대안을 마련하고자 자리를 마련했다”며 토론회의 시작을 알렸다.

이날 토론회를 주관한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대자동차 탈취에 대한 과정들에 대해 저희가 많이 따져 묻고 했어도 기본적인 철학 부재 등의 문제로 여전히 고생하시는 걸로 안다”며 “중소기업들이 대기업들과 상생하고 본연의 회사의 운명을 걸고 개발한 특허가 보호돼 균형적으로 발전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 유동수 의원, 제윤경 의원,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가 주관하고 경제민주화실현 전국네트워크,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전국을 살리기국민운동본부, 참여연대가 주최했다.

◇ 현대자동차에 빼앗긴 중소기업 기술 사례

이날 자리에는 현대자동차와 한화 등 대기업에 기술탈취 및 편취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실제 중소업체의 대표들이 참석해 억울한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현대자동차와 14년 간 거래협력을 했다는 주식회사 ‘비제이씨’의 최용설 사장은 현대자동차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자사 기술을 불법적으로 편탈했다고 주장했다. 최 사장의 말에 따르면, 비제이씨는 2004년 단독으로 특허 출원한 기술을 현대자동차의 요구에 의해 2013년과 2014년 수 차례에 걸쳐 현대자동차에 제공했는데, 현대자동차는 이를 경북대와 함께 산학협력으로 특허를 내고 현대자동차 직원의 석사 논문에도 유용했다.

최용설 사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이 같은 사실을 전하는 도중 울먹이며 말을 잠시 못 잇기도 했다. 최 사장은 “유망한 중소기업들의 현대차 등 대기업의 횡포로 부당하게 기술을 빼앗기고 사라져간 중소기업이 얼마나 많은지 헤아릴 수 없다. 나라의 미래를 위해 이 건을 엄중히 살펴봐주시고 제도적 지원을 부탁드린다”라며 말을 마무리했다.

‘오엔씨 엔지니어링’의 박재국 사장은 “특허출원을 준비하던 전동실린더 기술을 현대자동차 측에 설명하고 이에 대한 동영상 등의 자세한 내용을 전달했다”며 “그런데 현대자동차는 오엔씨 엔지니어링의 기술을 다국적기업 SKF에 넘겼다”고 주장했다. 박재국 사장은 오엔씨 엔지니어링이 현대차로부터 2차례 기술 탈취를 당했다며 관련 내용을 설명했다.

주식회사 ‘에스제이 이노테크’의 정형찬 대표는 “국내 대기업 한화의 제안으로 태양광 스크린 프린터 장치 등을 공급하는 합의서와 장비설치계약을 체결했다”며 “한화가 우리가 제공한 영업비밀을 포함하는 기술정보들을 이용해 피해기업의 태양광 스크린 프린터 장치와 유사한 장치를 제조하고, 에스제이 이노테크를 배제한 채 단독으로 한화 계열 회사에 공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 발제1 - 손보인 변호사, 발제2 - 박정만 변호사

토론회의 첫 번째 발제를 진행한 손보인 변호사(변리사, 대한특허변호사회)는 중소기업의 기술자료 창출, 양자 계약 등의 관계 설정, 기술자료 제공 또는 공개, 기술자료 유용, 중소기업의 손해 발생의 순서로 진행되는 중소기업 기술탈취·편취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기술자료’의 종류·형태, ‘계약’ 성립여부 및 ‘계약’의 종류에 따라 관련 법률들이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살펴보고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손보인 변호사는 “보통,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거래에서 협상력이 월등하고 번거로운 계약적 속박을 회피하려는 대기업 입장 위주로 업무가 진행되다보니 계약이 없는 상태에서 기술 자료를 제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나 이는 법적 도움을 받기 어렵다”라며 “계약 체결 후에 기술자료를 제공한다고 해도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계약을 체결하면서 해당 기술의 보호에 관한 규정을 넣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손 변호사는 이와 같이 계약이 체결됐다 하더라도 안심할 수 없는 기술탈취 및 편취와 관련해 발생하는 문제를 계약 시기별로 유형화해 그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한, 위탁계약에 해당하는 경우와 위탁계약에 해당하지 않는 ‘공동개발계약’ 혹은 ‘공동공급계약’ 등과 같이 계약의 종류별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하도급법 상 비밀인 ‘기술자료’에 해당하는 경우, 부정경쟁방지법 상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경우, ‘기술자료’가 비밀이 아닌 경우 등과 같은 기술자료의 종류별 문제점을 지적한 뒤 하도급법, 상생협력법, 산업기술보호법, 산업재산권법 등 관련한 입법 과제를 제안했다.

두 번째 발제를 진행한 박정만 변호사(민변 민생경제위원회)는 계약 체결 전 단계에서 기술탈취가 문제된 피해사례를 살펴보고, 현행 법령에서 기술탈취에 대한 규율이 가능한지 혹은 법적 공백은 없는지에 관해 검토한 후, 문제해결에 대한 대안을 모색했다.

박 변호사는 우선 대기업에 의한 계약체결 전 단계에서의 기술탈취는 “기술개발 의욕을 그 싹부터 잘라버려 지식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신기술 개발을 통해 성장 사다리에 오르고자 하는 창업기업 혹은 중소기업의 기회를 문전에서 차단”시키고, “기술개발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급해야 할 대기업 등에게 우월적 지위에 의한 무임승차를 묵인”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계약체결 전 단계에서의 기술탈취 피해를 현행법령에서 구제하기 어렵다”며, “피해자가 수사기관에게 수사를 의뢰하거나 소송을 통한 문제 해결을 기대하더라도 수사기관이나 법원의 전문지식이 없고 천문학적인 감정비용을 영세 피해자가 감당하기도 어려우며, 손해배상액이 인정되더라도 그 액수가 적어 현실적인 피해 구제에 부족할 뿐만 아니라 분쟁의 장기화로 인해 피해자는 말라죽는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계약체결 전 단계에서의 기술탈취의 담당 및 주무를 맡고 있는 국가기관을 파악할 것과, 하도급이나 위탁거래계약 체결 전 단계에서 대기업 등의 요청에 따라 중소기업이 자기의 기술자료를 제공한 경우 특별한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 한 상호 간에 비밀유지협약이 체결된 것으로 간주할 것, 대기업 등에 대해 기술자료를 제공한 중소기업과 계약 체결 없이는 그 기술의 유용을 금지하는 대안 등을 제시했다.

이어 박 변호사는 중소기업청에게 계약체결 전 단계에서의 기술탈취를 사전에 예방하도록 하고 점검 및 피해사례 신고가 있으면 실질적인 조사가 가능하도록 조사권을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피해사실이 드러나는 경우, 손해산정 전문기관에게 기술탈취로 인한 피해기업의 손해액을 산정하도록 요구하고, 법원으로 하여금 근거 없는 전문기관이 산정한 손해액을 감축하지 못하게끔 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는 등과 같은 입법과제를 제시했다.

◇ 토론

이날 정연덕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소기업청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과 거래하는 중소기업의 12.1%가 2014년까지 3년내 기술유출피해를 경험하고 건당 피해규모도 약 15억 7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라며 “하도급공정화법에 기술탈취 및 이에 대한 3배까지의 배상을 규정하고 있더라도 여전히 기술탈취 문제는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연덕 교수는 “선행연구에 의하면 2000년에서 2009년 상반기까지 선고된 국내 특허권 침해 및 손해배상 관련 민사사건에서 손해배상 인용액은 5000만원 이하인 경우가 전체사건의 절반을 차지하고 인용액이 청구액의 10%라고 한다”라며 “민사사건의 1심에서 인용판결을 받은 사건이 전체의 26.85에 그치고 있고, 권리자의 청구가 전부 인용된 것도 9.7%에 그치고 있다”며 문제를 지적했다.

정 교수는 “기술 개발자를 기업의 성장 동력으로 인식하지 않고 잠재적 기술 유출 범죄자로 보면서, 연구 성과에 대해 적절한 보상을 않는다면 기술개발자들의 개발의욕과 자존심은 바닥으로 내려 앉을 수밖에 없다”라며 기술 인력에 대한 정당한 대우와 보호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동주 중소기업연구원 정책본부장은 “대기업의 (중소기업의 기술을 뺏는) 행태가 내재화되고, 계열사를 만드는 방식의 경영이 관행으로 이어져왔다”라며 “이는 우리나라 경제구조가 갖고 있는 고질적 문제다. 강력한 법으로 획일화 형태를 바꿔야 한다”고 소리높였다.

이동주 본부장은 “벤처기업이 상장 후 더 이상 커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대기업이 M&A하려고 않는다. 기술을 탈취하거나 기술을 모방하면 되니까 그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본부장은 “국가 차원에서 전반적으로 기업의 기술을 관리할 수 있도록 전 주기적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며 “또한(이것은) 대기업이 휘청거릴 정도로 강력해야 한다. 그래야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성준 특허청 산업재산보호협력국 국장은 “법적인 부분이 완전하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 현행법을 잘 모르고 활용을 못해 (중소기업이) 권리를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중소기업도 법률전문인력을 키워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김주화 중소기업청 기술협력보호과 과장은 “국가 관계 부처들이 모여 제로베이스에서 아예 다시 만들지 않는 이상 이러한 문제(중소기업이 기술을 뺏기는 일)는 해결이 안 될 것”이라며 “기술 탈취 시 편익보다 비용이 훨씬 많도록 하는 식의 생각의 전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2편에서 이어짐> 

<단+>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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